‘국회 패싱’ 비난하던 자들이 빚어낸 재정 독주의 위선을 해부한다
국가의 재정은 권력의 전리품이 아니며, 예산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은 대의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2026년 8월 21일, 내놓은 이른바 ‘미래대응기금’ 구상을 들여다보면, 이 당연한 헌법적 상식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얼마나 철저히 유린당할 수 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현재 입법부-행정부를 장악한 권력 집단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국가의 세금을 사용하는 재정의 저수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전액 지출하거나 국채 상환에만 써야 하는 경직된 시스템을 탈피하여,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금이라는 것이 그가 내세운 명분이다.
- 출처: 뉴스핌, 박홍근 “내년 예산안 821조 역대 최대…미래대응기금 162조 신설”, 26.09.01(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901000525)
- 출처: 조선일보, 이형일,미래대응기금 ‘쌈짓돈’ 논란에 반박…”성장과 재정의 선순환 구조 마련”, 26.09.15, 김은정 기자(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6/09/15/V6C62NXSUJERFLUXL6Y4HYFJ7Q/)
- 출처: 연합뉴스, 내년 예산 821조·지출 최대 증가…162조 미래대응기금 신설, 26.09.01, 이세원 기자(https://www.yna.co.kr/view/AKR20260901004000002)
그러나 그가 주장한 화려한 수사 뒤에 숨겨진 이 기금의 실체를 바라보는 언론과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발표한 ‘미래대응기금’은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1,4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채무를 갚는 데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한 현행 국가재정법의 대원칙을 허물고, 정부가 임의로 주무를 수 있는 거대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보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예산 심의를 우회할 수 있는 구조는 대의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재정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나랏빚 상환이라는 국가적 의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직 권력의 편의를 위한 재정 독주가 시작되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 사안의 본질적 참담함은 단순히 기금의 법적 맹점이나 재정 건전성의 훼손에 있지 않다. 이 거대한 재정 독주를 밀어붙이고 있는 주체가 바로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이라는 것에 있다. 이들의 과거 행적과 발언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교차 검증해 보면, 도덕적 우월감으로 무장했던 이들의 뼛속 깊은 위선과 파렴치한 내로남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불과 1~2년 전, 윤석열 정부 때로 돌아가보자. 당시 이들은 정부의 예비비와 특수활동비 편성을 두고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무시하는 행태라며 거품을 물고 비난했다. 2024년 말,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정부의 예비비를 반토막 내고 권력기관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을 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예비비와 권력기관의 특활비·특경비 등은 삭감할 것”이라며, 서슬 퍼런 목소리로 정부를 향해 비난을 맹폭했다.
- 출처:연합뉴스, 민주 “내년 권력기관 특활비 전액 삭감…지역사랑상품권 증액”, 24.11.04, 한혜원 기자, 안정훈 기자(https://www.yna.co.kr/view/AKR20241104136000001)
- 출처:연합뉴스, 민주, 예산안 파상공세…”정부안이 애초부터 비정상 예산”, 24.12.03, 안정훈 기자(https://www.yna.co.kr/view/AKR20241203077100001)
-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제19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24.12.03, 더불어민주당 공보국(https://theminjoo.kr/main/sub/news/view.php?brd=230&post=1208181)
당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다음과 같이 일갈하며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신성시했다.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도 않고, 검찰 특경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입지도 않는다.”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도 않고, 검찰 특경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입지도 않는다.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4년 12월 1일 국회 기자간담회)
출처: 뉴시스, 2024.12.01 보도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도 않고, 검찰 특경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입지도 않는다.”
2024년 12월 1일 감액 예산안 처리 관련 기자간담회 중 | 기사 원문 보기
심지어 이재명 현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은 정부의 특활비 삭감에 반발하는 여당을 향해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는 특활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조금 당황스러운 얘기“라며 조롱 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특수활동비, 어디다 썼는지도 모를 특활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조금 당황스러운 얘기다.”
—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4년 12월 2일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
출처: 헤럴드경제, 2024.12.02 보도
이들의 논리는 명확했다. 국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은 단 1원도 용납할 수 없으며, 그것은 곧 ‘권력의 쌈짓돈’이자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국회를 우회하는 것을 막겠다며 행정부의 재량권을 원천 봉쇄하려 들었던 자들이 바로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권력의 단맛을 보자 이들의 태도는 어떻게 돌변했는가. 수조 원의 예비비조차 “아무 때나 꺼내 쓰는 쌈짓돈”이라며 삭감의 칼을 휘둘렀던 자들이, 이제는 초과 세수를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정부가 탄력적으로 주무를 수 있는 거대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과거의 서슬 퍼런 잣대대로라면 이는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 패싱’이자 ‘초대형 쌈짓돈’ 게이트다.
그러나 이 거대한 모순 앞에서 이형일 부총리 후보자는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없이 “쌈짓돈이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남이 편성한 예비비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대통령의 쌈짓돈”이고, 자신들이 기금을 만들어 국회 통제 없이 주무르는 것은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위한 합법적이고 투명한 미래 투자”인가. 야당 시절에는 행정부의 숨통을 끊어놓을 듯 국회의 통제권을 신성시하더니, 여당이 되자마자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거추장스러운 장애물 취급하며 재량권을 보장받으려 든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적 입장 변화가 아니다. 권력을 잡기 전에는 도덕과 법치를 무기로 상대를 악마화하고, 권력을 쥔 후에는 자신들의 탐욕을 합법으로 포장하는 끔찍한 구조적 위선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안전판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파렴치한 내로남불이 세운 거대한 기념비일 뿐이다.
도덕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위선의 카르텔, 그 파괴적 궤적을 묻는다
이 기괴한 표리부동의 기저에는, 도덕적 우월감을 무기로 상대를 헐뜯으면서 정작 본인들의 치명적 잘못과 탐욕은 철저히 합리화하는 ‘구조적 위선’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남이 편성한 예비비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적폐’이고, 본인들이 주무르는 거대 기금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실용주의적 결단’인가. 권력을 잡기 전에는 법치와 의회주의를 무기로 상대를 악마화하고, 권력을 쥔 후에는 자신들의 독주를 합법으로 포장하는 이 파렴치한 내로남불이야말로 대한민국 공론장을 병들게 하는 가장 악랄한 병폐다.
재정 문제에 있어서 이들의 내로남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들은 소득주도성장과 무분별한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으로 국가채무를 무려 400조 원이나 폭증시켰다. 건국 이래 70년간 쌓인 빚의 절반이 넘는 액수를 단 5년 만에 늘리며, 사상 초유의 ‘국가채무 1,000조 원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래놓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재정 건전성을 운운하며 상대 정부의 예비비를 삭감하더니, 다시 정권을 잡은 지금은 초과 세수를 나랏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자신들의 쌈짓돈 기금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나라 살림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7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나랏빚(국가채무) 역시 97조 원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1,067조 7,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출처: YTN, 「나라 살림 적자 117조 사상 최대…나라 빚 첫 1,000조 넘어」 (2023.04.04)
이들의 위선이 진정으로 혐오스러운 이유는, 국가의 존립이 걸린 재정과 안보, 과학의 영역마저 철저히 진영 논리와 군중심리의 제물로 삼아왔다는 점이다. 지금 국회의 예산 통제권을 무력화하며 쌈짓돈을 챙기려는 이들의 뻔뻔함은, 한국 현대사를 병들게 했던 굵직한 ‘괴담 선동’의 궤적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객관적 데이터와 팩트, 법적 원칙은 안중에도 없이, 대중의 원초적 불안과 분노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고 공론장을 파괴해 온 그들의 화려한 과거를 차가운 교차 검증의 도마 위에 올려보자.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보자. 당시 선동 세력은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기괴한 구호로 온 나라를 마비시켰다. 훗날 대법원은 MBC PD수첩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다우너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 ‘한국인 유전자형의 광우병 취약성’ 등 핵심 보도 내용 3가지가 명백한 ‘허위 사실’임을 판결문에 명확히 못 박았다. 그러나 이들은 대법원이 인정한 ‘허위 보도’라는 본질은 교묘히 은폐한 채, 오직 ‘무죄’라는 결과만을 떼어내어 자신들의 선동을 정당화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과학적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들은 결코 반성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 중 다우너 소와 아레사 빈슨의 사인, 한국인 유전자 취약성 등 일부 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사실로 인정되나, 보도의 주요 동기가 정부 정책 비판과 공공의 이익에 기초한 것으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
— 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17237 판결 요지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대법원 판례 / 세계일보 (2011.09.02)
과학을 짓밟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전자파 괴담은 또 어떠했는가.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무기를 두고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며 탬버린을 흔들고 가발을 쓴 채 춤을 추던 자들이 바로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와 환경부의 거듭된 측정 결과,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인체 보호 기준치의 0.19%(530분의 1)에 불과했으며, 심지어 레이더에서 100m만 벗어나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0’이라는 과학적 팩트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6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주 참외 농가와 국가 안보가 입은 막대한 피해, 그리고 사회적 갈등 비용에 대해 그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았다.
“국방부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 성주 사드 기지 전자파의 최댓값은 0.018870W/㎡로 인체보호기준(10W/㎡)의 0.189%에 불과했다. 인체 기준치의 약 530분의 1 수준으로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 참고: 중앙일보, 「사드 전자파 ‘6년 괴담’…뚜껑 열어보니 기준치의 0.19%」, 2023년 6월 21일 보도. (원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1485)
- 공식 발표: 환경부·국방부 성주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보도자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가장 최근의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사태에서도 이들의 맹목적 선동은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국내외 최고 권위의 과학계가 안전성을 보증했음에도, 이들은 ‘방사능 밥상’, ‘핵 폐수’라는 공포 마케팅으로 어민들의 생계를 볼모 잡고 반대파를 매도했다. 그러나 방류 1년이 지난 시점까지 5만 건 가까운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확정되지 않은 공포로 누군가를 멍석말이하고,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을 ‘적폐’로 낙인찍어 입을 틀어막았던 캔슬 컬처(Cancel Culture)의 야만성. 그리고 자신들의 탐욕 앞에서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이 끔찍한 이중잣대.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이름의 쌈짓돈은 바로 이 반지성주의적 괴담 정치와 도덕적 파산이 낳은 거대한 사생아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해역과 수산물 검사에서 기준치 초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야당이 유포한 비과학적 괴담에 대응하느라 1조 6천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다.”
—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오염수는 태평양을 돌아 4~5년 뒤에나 우리 해역에 도달하는데 벌써 안전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투기를 묵인한 친일 정권이다.”
—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출처: YTN, 「후쿠시마 방류 1년…대통령실 “야당, 괴담 근원” vs 민주당 “오염수 5년 뒤 도착”」 (2024.08.23)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권의 뻔뻔한 내로남불만이 아니다. 이토록 저열하고 모순적인 정치적 수사가 어떻게 번번이 사회적 파괴력을 획득하며 국가의 헌법적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었는가. 그 배후에는 정치권의 표리부동한 워딩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며, 진영 논리에 갇혀 맹목적인 마녀사냥을 벌이는 ‘군중 심리의 야만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론장은 이성적 토론과 객관적 교차 검증이 실종된 거대한 콜로세움으로 전락했다. 대중은 사안의 복잡한 법리적 메커니즘이나 재정적 타당성을 따져 묻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포기한다. 대신 자신이 속한 정치 스피커들이 하달하는 선악의 이분법을 맹신하며, 반대파를 향해 원색적인 낙인을 찍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맹목적인 군중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똑똑히 직시하라. 야당이던 민주당이 “정부가 국회를 패싱하고 예산을 마음대로 쓴다”며 선동했을 때, 군중은 광장에 모여 ‘재정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정부가 국가재정법의 근간을 뒤흔들며 천문학적인 혈세를 국회 통제 없이 전용할 수 있는 초법적 기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음에도, 그 서슬 퍼렇던 군중은 쥐죽은 듯 침묵하거나 오히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라며 환호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의 탐욕과 불법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반대 진영의 합법적 권한 행사에는 현미경을 들이대며 악마화하는 선택적 분노이자 지독한 위선이다. 이들은 이 거대한 기금이 결국 자신과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차가운 경제적 팩트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우리 편’이 권력을 쥐고 돈줄을 흔든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유린당하는 헌정 파괴적 상황마저 기꺼이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군중의 광기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적 캔슬 컬처의 폭력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금의 법적 맹점과 재정 건전성 훼손을 지적하는 합리적인 경제학자들과 언론을 향해, 진영 논리에 매몰된 군중은 “미래 투자를 발목 잡는 적폐 세력”이라는 인민재판식 낙인을 찍어 입을 틀어막고 있다. 과거 광우병, 사드, 후쿠시마 사태 당시 과학적 진실을 말하던 전문가들을 ‘매국노’로 몰아세웠던 그 야만적인 멍석말이가, 이제는 국가 재정이라는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영역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진실과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공론장이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값싼 도파민에 취한 군중의 돌팔매질에 의해 완벽하게 파괴될 때, 국가는 필연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다. 1215년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대헌장) 이래, 인류가 피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원칙, 즉 행정부의 예산 집행을 의회가 철저히 통제하는 ‘재정 민주주의’에 있다. 정부가 거대 기금을 조성하고 국회 통제 없이 자의적으로 주무르겠다는 것은, 시계를 수백 년 전의 절대왕정 시대로 되돌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 폭주에 박수를 보내는 군중은 스스로 자신의 목에 노예의 사슬을 걸고 있는 셈이다.
국가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헌법적 통제 장치를 무력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에 부여하려는 초법적 재량권은 전면 폐기되어야 하며, 현재 법률이 정하고 있는 초과 세수는 법의 원칙에 따라 1,400조 원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독자들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얄팍한 감성 팔이와 진영 논리에 휘둘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재정 문제를 인민재판의 제단에 바칠 것인가. 언제까지 ‘우리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력의 파렴치한 내로남불과 헌정 파괴를 묵인하는 공범으로 남을 것인가. 역사는 나태한 자와 위선자에게 단 한 치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 우리가 거짓된 도덕의 가면을 쓴 자들의 선동에 놀아나고 맹목적인 진영 논리에 발목을 잡혀 있는 사이, 대한민국의 재정은 회복 불능의 파탄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제 이성의 파산과 군중의 광기를 넘어, 차가운 팩트와 상식의 진지로 귀환하라. 비판적 이성을 벼리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라. 국가의 미래는 선동가들의 혓바닥 위나 군중의 맹목적 함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법치로 통제받는 투명한 권력과 깨어있는 시민의 자유로운 이성 속에 있다.
– 파수의 기록, 곽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