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5부] 쓰레기봉투에 담긴 민주주의, ‘선관위 소쿠리 투표’의 참극

소쿠리 투표

“이게 선거입니까, 쓰레기 수거입니까?”

2022년 3월 5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2일 차. 대한민국은 그날을 ‘민주주의가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 날’입니다. 

 당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찍던 시기였기 때문에  확진자와 격리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 사전투표 시간.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수십만의 국민들이 투표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을 기다린 채로 투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투표소 입구에서 마주한 것은 기존에 알고 있던 투표함이 아니었습니다. 투표함이 있어야 할 곳에는 파란색 플라스틱 바구니(일명 소쿠리), 라면상자와 택배박스, 쇼핑백과 비닐봉지, 심지어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선거 사무원들은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대신 “여기 바구니에 담고 가시면 저희가 나중에 모아서 넣겠습니다”라며 투표지를 걷어갔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투표소에 방문한 국민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죠. 

“내 표를 당신이 뭔데 가져가요? 내가 누굴 찍었는지 다 보이는데 이게 비밀 투표 맞습니까?”

 4부에서 우리는 최첨단 전자개표기와 서버 조작 같은 ‘기술적 부정 의혹’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이날 국민이 목격한 것은 치밀한 조작이 아니었습니다. 동네 반장 선거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법한 ‘행정의 총체적 난국’이자, 국가 기관의 ‘처참한 무능’ 그 자체였습니다. IT 강국이자 선거 시스템을 수출한다던 대한민국 선관위가, 정작 자국민의 표를 소쿠리에 담아 나르는 ‘3류 코미디’를 연출한 것입니다. 5부에서는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이른바 ‘소쿠리 투표(Basket Voting)’ 사태의 전말을 파헤칩니다. 도대체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지, 선관위라는 거대 조직은 왜 가장 기본적인 ‘직접 투표’와 ‘비밀 투표’의 원칙조차 지키지 못했는지. 탁상행정과 무사안일주의가 빚어낸 그날의 참사를 정밀하게 해부합니다.

2022년 3월 5일, 아수라장이 된 투표소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는 시작과 동시에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 부산 연제구, 대구 수성구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투표함의 부재’였습니다. 공직선거법은 “투표함은 투표소 안에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이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하여, 확진자들이 투표하는 임시 기표소(주로 야외 주차장이나 복도)에는 정식 투표함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장에서 쓰는 플라스틱 바구니, 라면 박스, 쇼핑백 등에 유권자들의 표를 받았습니다. 

“이게 나라냐!”

 격분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 제출을 거부하며 항의하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1~2미터 간격을 유지해야 할 방역 수칙은 무너졌고, 수백 명의 확진자가 뒤엉켜 고성을 질렀습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선거 사무원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밀 투표 침해’였습니다. 유권자가 기표한 용지를 봉투에 담아 사무원에게 건네면, 사무원이 이를 들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정식 투표함에 대신 넣는 방식(대리 투입)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투표 봉투는 속이 훤하게 비치는 봉투여서 불빛을 비치면 누구를 찍었는지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날 SNS와 유튜브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소쿠리 인증샷’으로 도배되었습니다. 국민은 4부에서 의심했던 ‘시스템 조작’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바로 “내 표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모멸감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몸을 이끌고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러 투표소로 간 국민들은 국가가 나의 소중한 시간이 담긴 한 표를 쓰레기 취급하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예견된 재앙, ‘탁상행정’이 낳은 괴물

도대체 선관위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방식을 고집했을까요?

사태의 원인을 파고들면, 선관위 특유의 경직된 관료주의와 현장 감각이 거세된 ‘탁상행정’이 드러납니다.

 첫째, 처참하게 실패한 수요 예측입니다. 당시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확진자 투표 수요를 과소평가했습니다. “확진자들은 아파서 투표하러 많이 안 나올 것”이라는 안일한 가정하에, 투표소당 고작 임시 기표소 1~2개 만을 설치했습니다. 결과는 대참사였습니다. 수백 명이 몰려들었고, 준비된 인력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둘째, ‘하나의 투표함’이라는 낡은 교조주의입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하나의 투표구에는 하나의 투표함만 둬야 한다”는 법 조항에 대한 선관위의 경직된 해석이었습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선거 전부터 “확진자용 별도 투표함을 임시 기표소에 설치하게 해 달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을 개정하거나 선관위 규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법대로 해야 한다. 투표함이 두 개면 관리가 어렵고 부정 의혹이 생길 수 있다.” 이 ‘법대로’라는 고집이 역설적으로 ‘법(직접 투표·비밀 투표 원칙)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정식 투표함을 밖으로 빼지도 못하고, 별도 함을 만들지도 않으려다 보니, 결국 “사람이 표를 배달한다”는 전근대적인 ‘인편 투표’ 방식을 고안해낸 것입니다.

 셋째, 현장 시뮬레이션의 부재입니다. 선관위 고위 간부 중 누구도 방호복을 입고 현장에 나가보지 않았음이 분명했습니다. 확진자 투표는 일반 투표보다 시간이 3배 이상 걸립니다. 그 이유는 본인 확인 -> 대기 -> 기표 -> 봉투 밀봉 -> 전달 -> 이동 -> 투입 순으로 동선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일반 투표와 똑같은 인력으로, 똑같은 시간에 끝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소쿠리 투표’는 선관위라는 조직의 뇌(기획)와 손발(집행)이 모두 마비되었음을 보여준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가장 화려한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할 대선이, 가장 비루하고 초라한 난장판이 되어버린 순간.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선관위의 권위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사태 직후 선관위가 보인 태도였습니다. 사과하고 반성하기는커녕, “법적 절차대로 했다”며 국민을 가르치려 들었던 그들의 오만함. 그리고 그 오만함 뒤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구멍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쓰레기봉투에 담긴 것은 투표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였습니다.

“법대로 했다”는 궤변, 사과조차 매뉴얼에 없었나

 국민이 분노한 지점은 비단 ‘소쿠리’라는 물건 그 자체만이 아니었습니다. 사태 발생 직후 선관위 지도부가 보여준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태도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날 밤, 아수라장이 된 투표소 영상을 본 국민은 선관위의 석고대죄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김세환 당시 사무총장이 내놓은 해명은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게 한 것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부정선거 소지는 전혀 없다. 난동을 부린 유권자들에게 유감이다.”

 이것은 사과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습니다. 헌법상 보장된 직접 투표권을 침해당해 항의한 주권자들을 ‘난동 부리는 사람’으로 취급한 것입니다. 노정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행보는 더욱 기가 찼습니다. 대선 관리의 총책임자인 위원장은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주말 내내 ‘비상근’이라는 이유로 출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컨트롤타워가 비어 있는 사이, 현장의 실무자들은 욕받이가 되어 울분을 삼켜야 했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며칠 뒤 노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그마저도 “준비 부족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식의 영혼 없는 면피성 발언에 그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가 보여준 것은 ‘공감 능력의 결여’와 ‘관료주의의 끝판왕’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유권자가 얼마나 모욕감을 느꼈는가”보다 “우리가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이 ‘무오류의 신화’에 갇힌 조직 문화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조직의 존재 가치가 부정된다고 믿는 집단적 망상과도 같았습니다.

감사원 감사 거부, ‘독립성’ 뒤에 숨은 오만

 소쿠리 투표 사태의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은 즉각적인 진상 조사를 요구했고, 감사원은 선관위에 대한 직무 감찰을 예고했습니다. 국가 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선거를 이토록 엉망으로 치렀으니, 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방패는 또다시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우리는 행정부 소속이 아니므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다.”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 논리는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헌법이 선관위에 독립성을 부여한 것은 권력의 외압에 휘둘리지 말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라는 뜻이지, “잘못을 저질러도 아무에게도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선관위는 자체 감사를 통해 셀프 면죄부를 주려 했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배제된 내부 직원들끼리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했습니다.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쳤고, 책임져야 할 고위직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보전하거나 퇴직 후 위로금을 챙겨 나갔습니다. 이 사건은 선관위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었을 때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소쿠리 투표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감시자가 사라진 조직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뇌사 상태’였던 것입니다.

보이는 곳이 이 정도인데, 안 보이는 곳은?

5부를 정리하며 우리는 섬뜩한 질문 하나를 던져야 합니다.

 대낮에 수만 명의 유권자가 지켜보는 투표 현장(물리적 공간)에서도 투표함을 준비 못 해 쓰레기봉투를 쓰는 수준이라면, 과연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서버와 네트워크(사이버 공간)는 안전할까? 소쿠리 투표 사태는 선관위의 실무 역량이 밑바닥임을 드러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습니다. 행정은 눈에 보이기에 비판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보안 시스템은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조차 불가능합니다.

 선관위는 그동안 “우리 보안 시스템은 완벽하다”고 큰소리쳐 왔습니다. 4부에서 다룬 전자개표기 조작설에 대해서도 “외부 해킹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소쿠리를 들고 허둥대던 그들이 관리하는 방화벽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소쿠리 투표 사태로 선관위의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그 시점, 대한민국의 선거 시스템을 노리는 ‘검은 손’이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집니다. 그것은 단순한 부정선거 음모론이 아니었습니다. 국가 정보기관(국정원)이 경고한 실체적 위협,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소쿠리는 예고편이었다, 뚫린 방화벽의 공포

2022년의 소쿠리 투표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선관위는 유능하지 않으며, 심지어 정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행정적 무능은 세금을 더 쓰고 사람을 갈아 넣으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한번 뚫리면 국가의 운명이 뒤집힐 수도 있는 ‘안보의 구멍’입니다. 소쿠리 사태 이후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며 문을 걸어 잠갔던 선관위는,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안 점검 권고마저 수차례 무시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헌법기관의 독립성”이라는 앵무새 같은 변명 뒤에 숨겨진 것은, 해킹 메일 하나에 뚫리는 허술한 보안 의식과, 북한의 침투 흔적조차 인지하지 못한 ‘안보 불감증’이었습니다. 쓰레기봉투에 담긴 표는 구겨졌을지언정 다시 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국의 해커에게 탈취당한 유권자 명부와 조작된 개표 결과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다음 6부에서는 소쿠리 투표보다 더 충격적인, 국가 안보가 위협받은 ‘보안 참사’를 집중 조명합니다. 국정원 합동 점검 결과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들. 투·개표 시스템의 해킹 가능성부터 선관위 내부망을 제 집 드나들듯 했던 북한 정찰총국의 그림자까지. 선관위의 독립성이 어떻게 국가 안보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는지, 그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러 갑니다.

6부: 뚫린 방화벽, 국가 안보가 위협받다 –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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